▲ 사진=SBS뉴스 캡쳐
[신소희 기자] 서울 동작구 상도동 공사장에서 흙막이가 무너져 인근 상도유치원이 20도 이상 기울이지며 붕괴 위험에 놓인 것과 관련, 이미 6개월 전부터 붕괴 위험이 예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3월 상도유치원의 의뢰를 받아 현장 조사를 벌였다"며 "당시 주변 지질이 취약하다는 게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잘 무너지는 성질의 편마암이 사선으로 갈라져 그 사이로 점토가 들어가면 미끄러워지고, 붕괴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런 위험을 지적하고 구청에 내라고 보고서까지 써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추 조사를 촘촘하게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조사를 듬성듬성 한 것 같았다. 복잡한 편마암 지질에 맞게 흙막이를 제대로 보강해서 공사했어야 했다"며 부실 시공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이런 사고가 나면 비가 와서 무너졌다고들 하는데 공사를 맑은 날만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비 오는 것을 감안해서 설계해 공사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7일 서울상도유치원 관계자는 "지난달 유치원 교실 안 균열이 심하게 나타나 (공사업체에) 지속해서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함께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유치원 관계자는 "유치원 바닥에 30~40㎜ 크기의 균열이 발생했었다"며 "지속적인 항의에도 감리사 측이 괜찮다고 했다"고 밝혔다.

상도유치원은 올해 5월 구조 안전진단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6월과 7월 1·2차 계측에서는 별다른 이상징후가 없었지만 8월 22일 3차 계측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됐다.

사고 전날에는 유치원장,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관계자, 구조안전진단업체 관계자, 공사현장 관계자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가 열렸다. 공사업체는 안전조치 계획을 제출하기로 약속했다.

조 교육감은 "공사현장을 보니까 어떻게 저렇게 유치원이라는 교육기관에 거의 붙어서 공사했나 싶다"면서 "법적으로 가능하니까 한 것이다. 학교 안전 문제에 대해 경각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축관련법을 대대적으로 강화해 고쳐야 한다"며 "유치원 바로 옆에서 공사하는 것은 상식선에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공사업체에) 경고까지 했는데 참혹할 정도"라며 "초기에 안전진단을 요청했고, 공사가 본격화한 8월에 이상 징후를 발견했는데 업체가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초등학교가 다행히 떨어져 있고 등교하는 경로가 다르다"며 "초등학교 등교는 문제없다고 판단했고, 원생 분산 배치 방법 등은 대책위를 열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유치원 인근 상도초등학교에서 조희연 교육감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었다. 교육청은 원생 122명 가운데 58명은 일단 10일부터 상도초 돌봄교실에 수용하기로 했고 나머지 원생 분산배치계획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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