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 20대 대통령선거가 당초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로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사전투표에서 '역대급 투표율'을 기록했다.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일과 5일 진행된 사전투표 결과 전국 유권자 4,419만7,692명 중 1,632만3,602명이 참여해 36.9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영호남 투표율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텃밭 격인 호남은 전남(51.45%, 81만3,530명), 전북(48.63%, 74만5,566명), 광주(48.27%, 58만3,717명)가 17개 시도 가운데 상위 1~3위를 독식했다.
 
반면 국민의힘 터전 격인 영남은 경북(41.02%, 93만2,500명)을 제외하면 경남(35.91%, 100만9,115명), 울산(35.30%, 33만2,600명), 부산(34.25%, 100만499명), 대구(33.91%, 69만4,000명) 모두 17개 시도 평균을 밑돌았다. 특히 대구는 하위 3위에 그쳤다.
 
이같은 결과가 사전투표 연령대와 성별 등이 공개되지 않아 '서고동저'의 투표율 지형이 이 후보와 윤 후보 중 누구에게 유리하다고 단언하기 어렵지만 영호남의 응집력 격차는 각 진영의 동향을 점쳐볼 풍향계가 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안철수 후보간 단일화로 위기 의식을 느낀 텃밭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라고 고무된 반면 국민의힘은 호남에 공을 들인 결과가 높은 사전 투표율에 반영됐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강기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호남총괄특보단장은 "그동안 두 후보에 대한 비토 세력들이 워낙 강하다 보니 부동층이나 투표 기권층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간 단일화 이후 최악은 피해야 된다는 절박함이 투표율 상승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강 단장은 "결국 사전투표를 통해 안철수 단일화가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호남에서는 민주당 표가 많이 결집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호남지역은 80%대 투표율에 80%대 득표율을, 윤석열 후보는 한 자릿수 득표율로 묶어두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사전투표 분위기상 그 목표를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기석 국민의힘 광주 총괄선대위원장은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높은 호남지역 특성상 야권 단일화로 인한 역풍이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여당 우세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사전투표율이 이 정도까지 높은 것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표심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대선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투표율을 보인 것은 민주당 지지자의 결집과 함께 국민의힘 지지자도 결집한 결과로 풀이된다"며 "젊은층에서도 투표율이 높은 것으로 봐서는 국민의힘에게도 결코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선 지역구도로 다시 회귀 조짐
 
한편 이번 사전투표 결과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고착된 영호남 지역 대결 구도가 이번 대선에서도 위력을 과시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영호남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매선거마다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지역주의를 보여왔다. 인구수에서 앞서는 영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지역 대결 구도에서 네 번 승리했다. 반면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 계열 대선후보는 정치 연대와 탄핵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바탕으로 세 번 당선됐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여파로 국민의힘 계열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치러진 19대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2배 이상 격차로 2위에 그쳤다. 경남에서도 1%포인트 차이로 2위에 머물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대별·성별 대결 구도가 강화되면서 이번 대선에서 지역 대결 구도가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경향을 보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자당 텃밭에 정치적 기반이 없는 인물이기도 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새롭게 등장한 세대별·성별 구도 등을 발판 삼아 상대 안방 표심 공략에 적극적이었다. 양당 지도부가 상대 텃밭인 영남과 호남에서 각각 최소 40%와 25% 표를 가져오겠다고 공언할 정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양당 후보 모두 공언한 목표치에 근접한 지지도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 막판까지 초박빙 구도가 지속되면서 영호남 지역 대결 구도가 다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 엇갈린 평가 속 '尹 우세' 점쳐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선 판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윤석열 후보에게 다소 유리한 구도라고 분석했다.
 
이날 뉴스핌에 따르면 이종훈 정치 평론가는 "단일화로 윤석열 후보가 다소 유리해졌다"라며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여론조사에 비하면 윤 후보가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선다고 전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원 교수 역시 "야권 단일화의 효과로 윤석열 후보가 다소 우세한 위치를 점했다"라며 "이재명 후보 측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를 계산하면 윤 후보가 소폭 유리한 구도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다른 입장도 있었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는 아름다운 단일화라기보다는 갑작스럽게 이뤄져 거친 측면이 많았다"라며 "안철수 후보 지지층에서도 제3후보를 지지했던 측면에서 반발이 적지 않아 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철 코리아정보리서치 이사는 "안철수 후보 지지층은 윤석열 후보 쪽으로 가는 비율이 이재명 후보에게로 가는 비율의 두 배 정도 된다"라면서도 "안 후보 지지율 자체가 크지 않아 대선 결과를 결정할 정도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강 이사는 "중도층이 이재명 후보에게로 흐르는 경향도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 지지층이 위기감을 느끼고 얼마나 결집하느냐, 윤석열 후보 측은 2월 20일 단일화 결렬 선언으로 돌아선 중도층의 마음을 얼마나 돌릴 것인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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